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를 읽으며 문득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모든것을 잃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시작치도 않았던 인연들.. 겨울이었고, 대학에 들어간다는 설레임에 책이 쌓인 대학서점을 들렀던 일을 생각했다. 종종, 매일 마주하는 건물의 중정 비슷한곳을 지날때, 3-4학년 전공때 드나들었던 학관이 생각난다. 그곳도 가운데가 넓직이 뚤려서, 하늘이 보이는 창이 있는 건물이었다. 매번 뻥 뚫어진 그 공간을 내려다보며, 불안감과 안도감을 던져버려왔었던 것 같다.
단기의 집중력만 있으면 얻을 수 있었던 수업의 학점들, 수십과목을 들으면서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때는 내 방식대로 시험을 보고 점수를 받아왔던 일이 흥미로웠다.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것이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을까. 학교를 다니며 열등감이 있었고, 유학을 통해 조금은 그 고민들을 해소해 왔었던 것 같다. 그리고 누리고 이룬것에 자위하며 그것에 안주했다. 할 수 있는건 과도하게 탐식했고, 할 수 없고 정작 해야만 할일들에는 뒷짐지고 외면했다. 내면은 이상하게 변해갔고, 점점 나와 대화하는 일들이 적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덜깬 눈으로 군더더기없이 씻고, 자전거를 타고 통근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이놈의 자전거 없었으면 그 길이 얼마나 고됬을까 하며.. 버스에서 뻐근한 잠을 자고 7:40분 경에 회사에 도착한다. 커피를 사러 줄을 서거나, 곧장 5층으로 올라가 화장실에 기댄다. 정말 졸렵고 피곤할때는 휴지걸이에 이마를 누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휴대폰을 한다. 매번 월차를 기다리면서도, 금요일을 갈구하면서도, 막상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어 가족에게도 무뎌지고 나에게 거는 기대치도 낮아진다.
기록을 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그간 글을 쓴다고 허세를 부렸으나 그건 정말 허세로만 끝났었다. 이제 그러면 안될것이다.
와이프 생일 1일전, 버터크림 케익을 사는 바람에 와이프는 10시도 되기전에 누워버렸다.